● 5월 의료기기의 날 기념 특집기고

<strong>▲ 김 성 민</strong><br>동국대학교&nbsp;<br>의료기기산업 특성화대학원<br>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br>
▲ 김 성 민
동국대학교 
의료기기산업 특성화대학원
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

의료기기법이 2003년 제정되고 이듬해 시행된 이후 의료기기산업은 변화무쌍한 변혁을 이루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가상·증강현실, 로봇, 기타 첨단과학기술 등 흔히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과의 호환성 및 활용성이 높음에 따라 수많은 후속 연구그룹의 생성과 타산업의 핵심인재들이 유입되는 현황이다.

대내외 의료기기산업의 환경 변화는 점차 질병에 대한 진단 및 예방 그리고 다채로운 치료 옵션을 추가하는 수요로 이어지고 있으며 환자 맞춤 및 표적치료를 행할 수 있는 치료기기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필자는 의료기기산업의 굵직한 변화와 혁신의 일련과정을 산업수명주기 모형과 연계해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는데 시사점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산업수명주기 모형은 이런 전략적 구상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산업의 발달이 경쟁세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이 모형은 산업의 발전 단계를 환경적 특성을 달리하는 '배아기 산업-성장기 산업-산업 조정기-성숙기 산업-쇠퇴기 산업'으로 구분한다.

산업수명주기 모형을 구성하는 5단계, 각 산업 내에서는 기회와 위협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배아기 산업 때에는 위협을 선점한 기업이 시장 선점의 기회를 획득한다. 성장기 때에는 산업 내의 모든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하지만 위협을 예견하지 못하는 맹점도 있다. 산업 조정기는 기회와 위협을 넘나드는 외줄 타기 곡예를 할 수밖에 없고,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 내 기업들은 기회와 위협의 바퀴가 나란히 돌면서 제자리 전진을 하는 쳇바퀴와 같은 경향을 보인다. 쇠퇴기 산업 내의 기업들은 생존에 대한 위협의 정도가 기회를 차단하는 수준에 이른다는 특징점을 가지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의 배아기는 의료기기산업의 활성화 및 국제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의료기기 관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의료기기법 제정 및 유관기관들의 조직개편을 이루면서 의료기기산업의 부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아울러, 한국은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법령 및 규제 정비의 틀을 마련하고 보완함을 넘어서서 지속적인 국제협력 및 국제조화 활동을 통해 글로벌 의료기기 규제 기관들의 협의체인 국제 의료기기 규제 당국자 포럼(IMDRF)에 2017년 1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후속 활동 또한 경이로운데, 2021년 의장국에 선임돼 의료기기 분야 국제조화를 성공적으로 리딩 했으며, 2020년에는 한국의 제안으로 AIMD 워킹그룹 신설에 이어 올해 IMDRF 국제 공통 가이드라인 제정이라는 성과를 연속해서 얻었다는 점은 놀랍다. 이처럼 국내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제도 정비 및 다채로운 연구 지원, 제품화 지원 사업들을 통해 기업들의 기회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의료기기산업의 동반 성장 기회를 획득했다.

의료기기산업의 성장기는 진흥을 도모할 수 있는 후속 법령들의 제정 및 기업들에 대한 과감한 연구 지원 사업들이 확산되는 환경을 견인했다. 2019년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 의료기기 지원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 제정된 이후 규제 혁신, 제품화 지원 사업 등의 다채로운 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지원 및 활용되며 의료기기산업의 변혁을 이끌고 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을 통해 의료기기의 연구개발부터 사업화 전주기 일련의 과정을 민관 부처가 협업해 효율적이고 최적인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혁신 의료기기 지정 및 혁신 의료기기 기업 인증 제도 등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기회와 성공을 지원하고 있으며 후속 연구 그룹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장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곧이어 마주하게 된 COVID-19 환경 속에서는 질병의 진단·예방·경감·처치·치료를 견인하는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중요성과 역할론이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미래 의료환경 선도, 공공복지 구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 개발 등의 테마들이 가속화됐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례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황이다.

필자는 국내 의료기기산업을 성장기와 조정기의 경계선 영역에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기기산업의 꾸준한 성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 기업의 확대가 점차 많아지면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혁신이 가미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있다.

즉,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변혁의 시점이다. 한편 현재의 변화무쌍한 의료기기산업에서의 경쟁에 견디고 명확한 포지셔닝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고 난 후의 시점이 비로소 진정한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성숙기 진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거나 First Mover로서 인지도를 공고히 한 후에 소위 말하는 “의료기기 명품화”를 이끌어가는 스텝 업이 필요한 영역일 것이다.

조정기에서는 초과공급으로 인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도태되고 성장률이 저하되는 특징점이 있다. 성숙기는 진입장벽은 높고, 잠재 경쟁자 진입의 위협은 감소하며 시장점유율을 유지한다고 해도 성장기와 같은 성장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특징점이 있다. 이를 위해서 산업의 조정기와 성숙기로 향하는 기회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강조돼야 할 핵심 영역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강조돼야 할 내용은 핵심 분야 및 기술에 대한 규제과학 연구 환경 조성이다. 국가 혁신성장을 주도할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잠재적으로 직면하게 될 혁신 의료기술에 대한 표준 선점, 기술 확산 및 보급을 위한 기초연구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혁신기술의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규제과학 협력연구 우선 영역 선정이 필요하며, 발굴한 혁신 의료기기에 대해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연구 프로젝트 수행 및 안전성, 유효성, 품질 및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 기준 및 접근 방법 등의 규제과학 연구 수행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영향 평가 및 제품화 수요 예측을 통해 시점 내에 인허가 수요로 맞이할 핵심기술을 선정해 신속 제품화 및 글로벌 시장 선점을 행할 수 있도록 평가 기술 및 도구 개발 등의 전주기 안전 관리체계 마련에 대한 논의가 시기적절하게 제공돼야 한다. 아울러, 규제과학 연구는 기업의 능력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 내에서 규제과학 연구의 필요성 인식 확산과 규제과학 연구자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선제적인 혜안이 필요한 시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두 번째 강조돼야 할 내용은 핵심 기술 표준화이다. 현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비롯해 의료기기산업의 대변혁이 이뤄지고 있는 현시점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의 기초연구, 기술표준, 기술사업화 등이 정립되고 있는 현황으로써 경쟁이 치열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과거 시점의 MRI를 개발하고자 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시점과 유사하다. 물론, 이후에도 업버전이 만들어질 수 있지만 First Mover라는 인식과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후일에도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 및 핵심 의료기기 영역을 사전에 발굴하고 이를 국제 무대에서 경합할 수 있도록 지원 제도들의 확대와 기업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개별 품목 또는 기업에 국한된 집중 지원 제도를 넘어서서 중·장기적인 로드맵 수립을 통해 핵심 기술들에 대한 기술표준화 및 국제조화 활동 기반의 표준 및 제도 수출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최적 경로를 제공할 것이며 후속 연구그룹들에 대한 연구개발 가속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강조돼야 할 내용은 핵심 인재 양성이다. 2017년 FDA는 Digital Health Innovation Action Plan을 발표하면서, 규제 역량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해야 함을 선언한 바 있다. 우리 정부 또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 및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지속적으로 기술 혁신과 규제의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기기산업은 전통적인 규제 방식을 벗어나서, 제품개발, 품질관리, 인허가, 보험 등재, 사후관리 등의 난제를 산업계와 규제 당국이 소통하고 함께 고민하는 협력적 관계 발전 모색이 필요한 시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제는 바로 핵심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인력양성이다.

점차 규제 환경은 기술들의 비약적인 발전과 융합적인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개별 품목에 대한 규제 프레임 또는 규제 요건을 수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점차 기업의 규제 요건 확립 및 이행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며 정부 부처의 다채로운 연구개발 협력 프로그램들을 보다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규제과학 인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동등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새로운 개념의 첨단·혁신 의료기기들에 대해서 기업 내의 규제과학 연구물들을 통해 국내외 규제당국과의 소통과 협의가 제품화 최적경로를 제공할 것이며 규제당국 차원에서도 의료기기 안전 관리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인 것이다.

산업수명주기 모형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쇠퇴기는 의료기기산업과 연계했을 때 다소 특수성을 지닌다. 인간의 의식주와 연결되는 생필품과 관련해서는 산업의 수명주기 이론 내 쇠퇴기는 없다는 점이다. 점차 고령화되고 임상적 미충족 수요가 높으면서 의료산업을 견인하는 필수적이고 효율적인 의료기기산업은 시장 점유율에 영향이 있을지언정 쇠퇴기가 도래하기 쉽지 않다. 이에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적시적재에 해결할 수 있는 소통채널 확장과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지속 발전 및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수립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의료기기산업은 필자가 체감하기로는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연구개발 수요가 강한 모멘텀을 보인다. 현재 정부 부처의 다양한 지원 사업과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시점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조정기와 성숙기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정적인 경로 구축을 위해서는 실용화 전략, 보험 수가 등의 해결해야 할 난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위기를 넘어서서 굳건한 국내의 의료기기산업이 영위할 수 있도록 이환위리(以患爲利)의 개념으로 의료기기산업 구성원 모두가 협력하기를 고대해 본다.

-청년의사 박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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